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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 가득한 책방/에세이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 사용법(백영옥)

by 더불어숲 2022. 12. 16.

사랑하는 당신은 어디에, 어느 부분에 밑줄을 긋나요?

밑줄을 긋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자는 영화를 보다가, 책을 읽다가, TV를 보다가, 길에서 마주친 글귀들에게 마음을 내주었던 문장들을 사랑이라는 통장에 저축해두었다. 

 

그 통장이 만기가 되어 오늘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마음에 빨간약이 필요한 사람에게 저자만의 밑줄 처방전으로 다가왔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 동감을 넘어 공감을 얻게 된다. 첫눈처럼 포근하게 당신을 안아주는 저자만의 밑줄 사용법이 담긴 독서 노하우와 함께 위로를 넘어 행복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당신의 감정 온도는 지금 몇 도인가요?

한파도 녹일 따뜻한 위로와 희망이 함께하는 감정의 온도에 불을 지피는 아름답고 대단한 시간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나를 돌보아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세상에 태어나 나를 어미라 불러주고 젖 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본 눈길에 참 행복했다네... 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 속을 버틸 수 있게 해줌도 자네들이었네. 병들어 하느님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줘서 참말로 고맙네..... 자네들이 있어서 잘 살았네. 자네들이 있어서 열심히 살았네... 딸아이야, 맏며느리, 맏딸 노릇 버거웠지? 큰애야..., 맏이 노릇 하느라 힘들었지? 둘째야..., 일찍 어미 곁 떠나 홀로 사느라 힘들었지? 막내야..., 어미젖이 시원치 않음에도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 _ 2017년 12월 엄마가 (78세 나모 씨의 유서)

 

영화 〈중경삼림〉에서 금성무가 했던 대사가 지금껏 사랑받는 것도 그런 이유겠죠. 만약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1만년으로 하고 싶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책 속 한 토막

365일과 36.5도

감정에도 온도가 있을까요? 만약 감정에 온도가 있다면 슬픔과 공허함은 몇 도일 까요? 기쁨은요? 정신과 의사 김병수의 책<감정의 온도>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핀란드에서 773명에게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를 보여주고 난 뒤,   전신 체온을 측정했는데요. 느끼는 감정에 따라 체온이 모두 달랐습니다.


몸 전체가 따뜻해지는 감정은 ‘행복’이었고 ‘우울’은 체온이 낮았습니다. 두려움, 역겨움, 부러움, 부끄러움 등 각각의 감정 상태에 따라 체온 분포 패턴이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감정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체온을 조절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여겨도 무방합니다.

정신과 의사인 그는 감정의 온도를 알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관찰해보면 된다고 말해요. 뜨거운 사람은 가만있지 않고요. 사랑을 향해 달려가고, 세상 속으로 파고든다고 하네요. 뜨거운 연애라는 말을 뜻하는 열애는 36.5도인 두 사람이 만나 73도가 아니라 100도까지 끓어오르는 일이죠.


이 세계의 모든 존재가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얼마간 뜨거워져야 합니다.나비에게 그 온도는 30도라고 해요.
뜨거웠다 차가웠다 자신도 종잡을 수 없다면 지금 당신은 불안한 것이고요. 온몸에서 따스한 온기를 느끼고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란다면 지금 당신은 행복한 상태입니다. 삶에서 아무런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우울한 것이고요...


감정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사는 데 한결 도움이 되겠죠. 책에 나오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할게요. 오후 두 시의 햇볕을 받는 일. 물기 있고 온기 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일.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나 그림을 보는 일.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가는 일.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보는 일. 고맙다고, 고마웠다고 다시 한 번 말해보는 일.


저자 - 백영옥

소설을 쓰는 일이 고독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노동이라 믿고 싶은, 예술가라기보다 직업인에 가까운, 오전 5시에서 오전 11시 50분까지의 사람. 네 권의 장편소설, 두 권의 소설집, 다섯 권의 에세이를 써내는 동안 때때로 야근. 자주 길을 잃고, 지하철 출구를 대부분 찾지 못하며, 버스를 잘못 타고 종점까지 갔다 오는 일이 잦은, 외향적으로 보이는 내향성인, 아주 보통의 사람.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2008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다이어트의 여왕』, 『애인의 애인에게』,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를 출간했으며, 산문집으로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다른 남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를 펴냈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작가 백영옥이 연간 500권이 넘는 방대한 독서를 통해 수집한 인생의 문장들 중 정수를 담은 에세이다. 매일매일 일상 곳곳에서 밑줄을 수집해, 아픔을 토로하는 사람에게 약 대신 처방할 수 있는 문장을 쓴다. 상처의 시간을 겪은 사람들에게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과 같은 문장으로, 위로를 건네는 것이 작가의 오랜 기쁨이다.


목차

프롤로그 이 밑줄이 당신에게 스민다면

· 나는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날
사랑이 저지른 짓
이별주의보
너무 사랑하는 병
비라도 내리면 널 붙잡을 수 있을 텐데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독신의 외로움, 결혼의 노여움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사랑법

· 나에겐 내가 있지만 너를 기다려
어둠 속에서 어둠을 보는 법
당신의 사진을 가지고 싶어, 모든 사람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왈칵 흐르는
너를 통과한 나
배워서 남 주자
나에겐 내가 있지만 너를 기다려
내게 와준 고마운 것들
흘러간, 놓아준 것들
78세 나모 씨의 유서
별 헤는 밤

· 내 영혼아, 조용히 앉아 있자
종이 피아노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내 영혼아, 조용히 앉아 있자
기도는 나에게 건네는 위로
365일과 36.5도
마음이 힘든 날에는 왼손으로
다름과 틀림
‘좋아요’ 100개가 목표인 당신에게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

· 지구인에게는 지구력이 필요합니다
지구인과 지구력
버리는 삶과 버티는 삶
어디에도 없는, 어디에도 있는
경찰견 가벨
매일 읽고 매일 쓰는 사람이 되는 일
평균의 종말
대구 시청님, 고맙습니다!
행복의 조건
행운에 속지 마라
삶에는 바람이 붑니다
산책은 마음의 관광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 마음을 다해 대충 산다는 것
우리는 애쓰며 산다
일상을 시로 만드는 마법에 대하여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스트레스의 힘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가끔은 쉼표
인생을 바꾼 2분
틈, 바람이 지나가는 길
어른의 맛
여행하지 않을 자유
밥 먹지 않은 자, 일하지 말라!

·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어린 날입니다
가장 하고 싶은 바로 그 일을 하렴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어린 날
몸의 일기
누구보다 불행할 수 있는 조건
여기에 머무는 여행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나 보란 듯 살자
이제야 보이는 것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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