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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 가득한 책방/에세이14

저 불빛들을 기억해 [ 개정증보판 ] - 나희덕 산문집 저 불빛들을 기억해 [ 개정증보판 ] - 나희덕 산문집 우리가 잃어버린 불빛을 기억하기를 시인의 말처럼 “삶이란 그렇게 점과 선과 면이 역동적으로 만나는 과정”이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독자들은 개인과 타인, 그리고 세상이 결국은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시인은 개정판 서문을 통해 “이 누추한 삶의 기록을 되살리는 일이 작으나마 우리가 잃어버린 불빛을 기억하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나희덕이라는 한 시인이 걸어온 삶의 길 위에 드리워진 그늘과 통증에는 그 모든 것을 품어 안는 불빛이 깃들어 있다. 그것을 온기라고도, 희망이라고도, 혹은 사랑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겠다. 시인의 바람대로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불빛들을 기억하기를, 그 불빛들로 각자가 내면의 .. 2023. 1. 5.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 문태준 시인의 받아들여서 새로워지는 것들 깊고도 지극한 시선, 삶의 정수에 닿아 있는 순도 높은 문장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고, 눈이 오면 흰 눈송이가 내린 나무가 되고, 새가 앉으면 새의 맑은 울음이 앉은 나무가 된다. “나무는 눈이 오면 그냥 받아들여요. 눈이 쌓인 나무가 되는 거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새가 앉으면 새가 앉은 나무가 되는 거죠. 새를 받아들여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거죠.” (..) 내 내면에 다른 존재의 공간을 만드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배음背音, 나의 기다림, 조용함, 쓸쓸함, 즐거움 같은 것을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다른 것이 되어보는 경험은 내가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경험이 된다. 눈을 맞으면 .. 2023. 1. 3.
나를 뺀 세상의 전부 _ 김소연 산문집 오롯이 경험을 통해 서술한 생의 단편들은 빨래를 개거나, 수박을 쪼개거나, 아는 길을 산책할 때 솟아난다. 더위에 지친 할머니에게 꿀물을 타주는 것, 버려진 곰인형을 안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손수 주물러 빠는 것, 말이 서툰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 엄마의 노년을 지켜보는 것. 사소한 것 같지만 제법 사소하지 않은 사람 사이의 관계와 일상을 이야기하며 나와 다르지 않은 시인의 세계를, 우리가 소홀했던 삶의 단면을 만날 수 있다. 시인은 기존의 산문집과 다르게 경험한 것들만 쓰겠다는 다짐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일상을 자세히, 섬세한 시선으로 적어보고자 시작했고 오직 직접 만났거나 겪었던 일들만을 글로 옮겨 기록했다. 『나를 뺀 세상의 전부』는 오직 경험하고 생각한 것, 직접 만나고, 보고, 겪은 것들을.. 2022. 12. 28.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한장훈_문학동네) 이 책 속엔 깊은 바닷속에서 숨 참아가며 바다가 허락한 먹을거리 캐올리는 해녀들의 가쁜 숨비소리가 있고, 밤배 타고 나가 어린것들과 아낙을 먹이는 애비라는 이름을 지닌 어부들의 애틋한 사랑이 절절히 녹아 있다. 바다에서 태어났거나 이따금 휴가철 바다로 가서 위안을 받지만, 현재는 바다와 멀리 떨어져 대도시에서 아옹다옹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가 있다.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는 바다 생물의 생태, 낚는 방법, 그리고 요리법까지 전해주는 해산물 이야기 책이다. 그동안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었다면 이제 제대로 알고 먹게 될 것이다. 또 바다에서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목도하고 그들의 향기와 온기를 느끼게 될 것이다. 책 속 한 토막 겨울이 깊어지면 집집마다 곡식이 바닥을 드러냈다. 보리가 패려면.. 2022. 12. 26.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100쇄 기념 에디션, 양장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100쇄 기념 에디션, 양장 ](장영희) "향기 없는 이름이 아니라 향기 없는 사람이 문제다" 저자는 자신의 흔한 이름 '영희'에 대해 말하며 마지막에 한 말이다.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그 이름에 향기가 나면 뭐란 말인가? 향기 없는 이름이 아니라 향기 없는 사람이 문제라는 저자의 말에 몸땡에서는 구린내 풀풀 나면서 그저 석자 이름에 향기를 세기기 위해 오늘도 오염물질 쏟아내는 인간군상을 보면서 '나는'을 생각한다. 삶의 잔잔한 물결이 기적이 되는 순간 저자 장영희 교수는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글들은 오롯이 살아서 100쇄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00년 '내 생애 단 한 번' 출간 이후 '샘터'에 연재된 글을 묶은 책으로 서양화가 정일.. 2022. 12. 25.
느림보 마음(문태준) 시인 문태준이 느림으로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 너무 빠른 세상에 문태준이 주는 쉴 겨를이 있는 생각! 살아오면서 내가 사랑했던 시간은 누군가의 말을 가만히 들을 때였다. 뒤로 물러설 때였다. 이 세상이 너무 신속하다. 쉴 겨를과, 나란히 가는 옆과, 늦게 뒤따라온 뒤를 살려 냈으면 한다. 세상의 마음이 한없이 가난해지지 않도록. - 작가의 말 중에서 바쁜 것이 트로피이고 한가한 것이 불안한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책 속 한 토막 어느 날 나는 화난 코뿔소처럼 숨을 식식거리고 있는 나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해서 내 나름의 궁리 끝에 이 몇 가지 일을 평소에 해보기로 작심했던 것이다. ‘손에는 일을 줄여라, 몸에는 소유를 줄여라, 입에는 말을 줄여라, 대화에는 시비를 줄여라, 위에는.. 2022. 12. 21.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 사용법(백영옥) 사랑하는 당신은 어디에, 어느 부분에 밑줄을 긋나요? 밑줄을 긋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자는 영화를 보다가, 책을 읽다가, TV를 보다가, 길에서 마주친 글귀들에게 마음을 내주었던 문장들을 사랑이라는 통장에 저축해두었다. 그 통장이 만기가 되어 오늘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마음에 빨간약이 필요한 사람에게 저자만의 밑줄 처방전으로 다가왔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 동감을 넘어 공감을 얻게 된다. 첫눈처럼 포근하게 당신을 안아주는 저자만의 밑줄 사용법이 담긴 독서 노하우와 함께 위로를 넘어 행복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당신의 감정 온도는 지금 몇 도인가요? 한파도 녹일 따뜻한 위로와 희망이 함께하는 감정의 온도에 불을 지피는 아름답고 대단한 시간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이 고마웠네. 자네.. 2022. 12. 16.
안도현의 발견(안도현) 안도현 시인이 시 절필 선언 후 처음 쓴 글인 《안도현의 발견》은 시인의 눈길이 머문 달큼한 일상의 발견 201편을 담은 산문집이다. 《안도현의 발견》에는 시간의 무게와 함께 쌓인 시인의 문학과 삶, 사람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 사람, 맛, 숨, 그리고 생활이라는 다섯 개의 부로 나뉘어 단순하지만 순수하게 투박하지만 담백하게 담겨 있다. 〈한겨레〉에 연재 당시 3.7 매라는 지면의 한계로 규격화될 수밖에 없었던 글은 책으로 나오면서 조금 더 숨 쉴 수 있게 되었고, 시인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책 속 한 토막 무화과 꽃 - 안도현 무화과나무에 꽃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겉으로 화려하게 꽃을 드러내지 않을 뿐, 무화과 열매 속에 꽃이 들어 있다. 꽃을 몸속에.. 2022.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