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100쇄 기념 에디션, 양장 ](장영희)
"향기 없는 이름이 아니라 향기 없는 사람이 문제다"
저자는 자신의 흔한 이름 '영희'에 대해 말하며 마지막에 한 말이다.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그 이름에 향기가 나면 뭐란 말인가? 향기 없는 이름이 아니라 향기 없는 사람이 문제라는 저자의 말에 몸땡에서는 구린내 풀풀 나면서 그저 석자 이름에 향기를 세기기 위해 오늘도 오염물질 쏟아내는 인간군상을 보면서 '나는'을 생각한다.
삶의 잔잔한 물결이 기적이 되는 순간
저자 장영희 교수는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글들은 오롯이 살아서 100쇄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00년 '내 생애 단 한 번' 출간 이후 '샘터'에 연재된 글을 묶은 책으로 서양화가 정일 님의 그림이 함께하고 있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미국에서의 안식년을 보내면서 쓴 글과 투병 중 일상에 복귀하면서 쓴글, 연구년을 포기하고 한국에 남아 있을 때의 경험을 쓴 글이다. 프롤로그를 제외한 책 어디에도 자신이 투병 중이라는 것을 자세히 말하고 있지 않아 독자들은 저자의 웃는 모습만 기억할 것 같은 책이다.
책 속 한 토막
내가 살아 보니까 사람들은 남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남을 쳐다볼 때는 부러워서든 불쌍해서든 그저 호기심이나 구경 차원을 넘지 않는다. 어렸을 때 우리집 우산 하나가 살이 빠져 너덜거렸는데 그 우산이 다른 우산에 비해 컸기 때문에 어머니가 나를 업고 학교에 갈 때는 꼭 그걸 쓰셨다. 다리가 불편해 업혀 다니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데 게다가 너덜거리는 우산까지...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은 학교 가기가 끔찍하게 싫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그때 내가 찢어진 우산을 쓰고 다녔다는 것을 기억하는 이는 아마 지금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찢어진 우산이든 멀쩡한 우산이든 비 오는 날에도 빼먹지 않고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내가 살아보니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내 인생을 잘게 조각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 - 장영희
교수이자 번역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첫 돌이 지나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목발을 짚었으나 신체적 한계에 굴하지 않고 문학의 아름다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1년간 번역학을 공부했으며, 1995년부터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다. 저서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인기로 ‘문학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내 생애 단 한번』,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다시, 봄』,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Crazy Quilt』 등의 에세이를 냈다. 『슬픈 카페의 노래』,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 『종이시계』, 『스칼렛』, 『톰 쏘여의 모험』, 『피터 팬』, 『살아있는 갈대』, 『바너비 스토리』 등 2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김현승의 시를 번역하여 2002년 한국문학번역상을, 수필집 『내 생애 단 한 번』으로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했다. 2004년, [조선일보]에 칼럼 ‘영미시 산책’을 연재하던 중 암이 발병했지만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담은 시들을 독자에게 전했다. 2006년, 99편의 칼럼을 추려 화가 김점선의 그림과 함께 엮은 시집 『생일』과 『축복』을 출간해 출간 당시는 물론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2009년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깊은 우정을 나눈 김점선 화백을 먼저 떠나보냈으며 두 달 뒤인 5월 9일, 지병인 암이 악화되어 57세의 나이에 눈을 감았다.
그래도 나는
희망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의 위대한 힘을 믿었다. 물이 자꾸 차올라오는데, 작은 섬 꼭대기에 앉아서 누군가 구해줄 것을 기다리며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눈먼 소녀의 이야기를 하며 누군가 “이런 허망한 희망은 너무나 비참하지 않나요?”라고 물었을 때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희망의 노래를 부르든 안 부르든 어차피 물은 차오를 것이고, 그럴 바엔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낫다. (…) 그리고 희망의 힘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듯이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다. 그래서 나는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봄을 기다린다.”
소소한 일상들을 엮어 놓은 에세이집을 읽고 있노라면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누구나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책 한 권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저자의 사랑의 마음으로 충만해지길 바란다.
일상이 삶이 되는 ... 특별한 날만이 기억되는 그런 날이 아닌... 일상이 특별한 기억으로 더욱 소중해지는 그런 날 이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여러분은 더욱 소중합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소중한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하고픈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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