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책을 펼치는 것은 작가에 대한 기대와 믿음에서다. 시집, 산문집, 여행기, 번역서로 변함없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류시화 시인의 신작 에세이. 이번 책의 주제는 ‘삶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삶의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다면, 지금의 막힌 길이 언젠가는 선물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걸 알게 될까?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자신은 문제보다 더 큰 존재라고. 인생의 굴곡마저 웃음과 깨달음으로 승화시키는 통찰이 엿보인다. 흔히 수필을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고 하지만, 어떤 붓은 쇠처럼 깊게 새기고 불처럼 마음의 불순물을 태워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을 사색하게 한다.
책 속 한 토막
한 수도자가 수도원장에게 자신은 그 수도원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말했다. “이곳의 수도자들은 너무 시끄럽습니다. 수도 생활에는 관심이 없고 다른 수도자에 대한 비난이나 정치에 관한 논쟁, 심지어 미스 월드를 잘못 뽑았다느니 하면서 떠들어대지요. 계속해서 부정적인 말만 하는 이도 있다고요.이곳에서 수행을 계속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
수도원장이 말했다. “이해하네. 하지만 떠나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네... 물을 가득 채운 유리잔을 들고 수도원을 세 바퀴만 돌아 주게. 단, 물을 한 방울도 흘려선 안 되네. 그다음에는 떠나도 좋아.” 젊은 수도자는 이상한 부탁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래 걸리지도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유리잔에 물을 가득 따라 손에 들고,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수도원을 돌았다.
세 바퀴를 다 돌고 나서 수도원장에게 와서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마쳤습니다.” 그가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 순간, 수도원장이 물었다. “유리잔을 들고 수도원을 돌 때, 혹시 수도자들이 다른 누군가를 비난하는 소리를 들었는가? 잡담을 하거나 논쟁을 벌이던가?”
수도자가 듣지 못했다고 하자 수도원장이 말했다. “자네, 그 이유를 아는가? 그대가 유리잔에 온 존재를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네. 물을 쏟지 않기 위해 온 마음을 기울였기 때문에, 어떤 소리도 그대의 귀에 들리지 않은 것일세.” 그러면서 덧붙였다.
“어느 수도원을 가든 잡담과 논쟁과 부정적인 말들이 그대를 둘러쌀 것이네. 천국에 가지 않는 한 누구도 소란스럽고 세속적인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법이지. 그럴 때 자신이 들고 있는 유리잔의 물에 집중해야 한다네. 그대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 그대의 수행과 성장에 말이네. 그러면 어떤 것도 그대를 방해하지 못할 것일세.”
저자 - 류시화
시인이자 명상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 1980~1982년까지 박덕규, 이문재, 하재봉 등과 함께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나 1983~1990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구도의 길을 떠났다. 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했다. 이때 『성자가 된 청소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티벳 사자의 서』, 『장자, 도를 말하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등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주요 서적 40여 권을 번역하였다. 1988년 '요가난다 명상센터' 등 미국 캘리포니아의 여러 명상센터를 체험하고, 『성자가 된 청소부』의 저자 바바 하리 다스와 만나게 된다. 1988년부터 열 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하며, 라즈니쉬 명상센터에서 생활해왔다.
그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1989년~1998년 동안 21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시인은 「시로 여는 세상」 2002년 여름호에서 대학생 5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인에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과 함께 이름을 올렸으며 명지대 김재윤 교수의 논문 설문조사에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 10위, 21세기 주목해야 할 시인 1위, 평소에 좋아하는 시인으로는 윤동주 시인 다음으로 지목된다. 저작권 협회의 집계 기준으로 류시화 시인의 시는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낭송되는 시로 손꼽히기도 한다.
'핑계'가 없다면 거짓말도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핑계가 있어 거짓말도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우리네 삶에도 핑계라는 그럴싸한 빠져나갈 구멍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사에 이 핑계에 의지하게 되면 내 삶의 주체를 잃어버리게 된다.
온전하게 내 삶에 집중할 때 핑계와 거짓말은 내 삶의 어디에도 발부칠 수 없게 된다.
가득 채운 유리잔에 물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 의식의 모든 것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삶도 그렇다.
힘들고 어렵고 문제 투성이라고 투정만 부려서는 해결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물컵에 물이 넘치치 않도록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으면 주의의 모든 소음이 들리지 않게 된다.
내 삶에 어려움도 그것에 온전히 집중하면 답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류시화 시인은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기 삶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선물해 주고 있다.
여러분의 삶에 기운을 북돋아 줄 인사이트를 찾아보는 귀중한 시간과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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